[HotelReal] 재떨이는 어디에?

작성일
20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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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연기를 마시는 것을 즐긴 역사는 무척 오래됐지만, 담배가 본격적으로 산업화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5세기 무렵이다. 담배가 한반도에 퍼지기 시작한 조선시대 중기 이후 수 백 년 동안 흡연은 성인이 누리는 당연한 권리였다. 안방에서도 담배를 피웠고 버스, 기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에도 흡연은 제법 오랜 기간 허용됐다. 프라이빗한 공간인 호텔 객실에 재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로비와 복도, 레스토랑과 라운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국내 호텔에서 요즘 가장 찾기 어려운 물건이 재떨이다. 거의 모든 호텔이 전객실 금연을 고수하고 있고 아예 건물 자체를 금연건물로 운영해 건물 외부를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호텔도 있다. 실내 공간에서 흡연권을 박탈당한 흡연자들은 로비 앞쪽에 있기 마련이던 흡연 공간을 이용했지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사라지는 추세다. 호텔을 벗어나 공공도로변에서 담배를 꺼내 물어 보지만 거리 전체가 금연구역이라는 안내판이 버티고 있으면 결국 건물과 건물 사이 뒷골목 후미진 곳을 찾아 나선다. 도시의 가장 어두운 지점, 길고양이가 점령하고 있던 어두운 구석에서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고 있는 사람은 바로 맞은편 럭셔리 호텔 투숙객이다.

서울 시내 호텔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졌다. 서울 도심권에 있는 호텔일수록 상황은 심각하다. 서울시에는 26만 곳의 금연구역이 존재하지만 흡연 전용 시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조사된 ‘거리 흡연시설 설치 현황’에 따르면 현재 서울의 10개 자치구에서 총 38개의 흡연시설이 운영 중이다. 이게 전부다. KT&G는 흡연부스를 필요로 하는 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내부 검토를 거쳐 지원하고 있는데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36개 흡연 부스가 설치되는데 그쳤다.
▲ 1980년대 뉴욕의 금연광고
금연 호텔은 세계적인 추세다. 그나마 흡연에 관대한 호텔은 라스베가스와 마카오의 카지노 호텔, 중국과 일본의 호텔들인데 이들도 금연 구역을 확대하고 있다. 금연 광풍이 호텔업계를 삼켜 버렸지만 고객의 20~30%가 흡연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객실 내부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손님들과 실랑이는 일상다반사로 벌어졌는데, 초기에는 고객에게 삼가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벌금을 실제로는 받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물론 지금은 얄짤 없다. 체크인 때 오픈한 신용 카드를 통해 200~300달러의 벌금을 칼같이 받는다.

VIP가 투숙했거나 특별한 상황에서 흡연을 요구하는 케이스도 종종 발생했다. 레전드급 록스타 폴 메카트니는 내한 공연 숙소를 고를 때 흡연을 위한 테라스를 필수 조건으로 요구했다. 당시 그가 서울에서 고른 호텔은 르네상스 서울이었다. 알파고와 격돌했던 이세돌 역시 애연가였다. 당시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이세돌이 대국 중간 휴식 시간 흡연을 원하자 야외 테라스 공간에 ‘인류 대표’를 위한 재떨이를 마련해 줬다.

담배의 해악을 내세워 금연을 주장하는 움직임은 말보로의 나라 미국에서 시작됐다. 1960년대 시작된 미국의 금연 캠페인은 1970년대 국내에 전파되기 시작해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들불처럼 번져 나가기 시작한다. 올림픽은 흡연자와 상극이다.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일본 후생노동성은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음식점과 호텔 로비, 역, 공항 등에서 원칙적으로 금연을 실시하고 악질적 위반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간접흡연 방지 대책 초안을 마련해 곧 시행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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