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칼럼] 혼텔을 말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것
필자의 ‘촉’이 좀 무딘 탓도 있지만 소위 말하는 트렌드란 것은 본디 금방 생겼다가 느닷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꼰대’ 세대인 필자가 직접 피부로 느낄 정도면 아마 시장에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유행이리라. 아무튼 이 트렌드에 대해 얘길 들었던 건 지금으로부터 1년도 채 되지 않았던 시점이었고, 당시엔 ‘참 희한하네’라고 생각될 정도로 생경하게 느껴졌다.
서울 북촌에 입지한 한옥 레지던스 고이는 세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었고, 마침내 지인과 약속을 잡아 그곳을 기획, 직접 운영까지 도맡아 하고 있던 젊은 스타트업 정진아 대표를 만나던 자리였다. 이 객실 하나짜리 한옥 호텔을 이용하는 이들은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이었고, 나머지 30%가 내국인들 차지라 했는데, 이 내국인들의 투숙 행태가 놀랍다. 대부분 나홀로 여성 투숙객이란다. 그것, 참. 외국으로 나온 여행객도 아닌 그들이, 그것도 혼자 서울 도심의 호텔에 머무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정진아 대표로부터 되돌아온 대답은 더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그냥 쉬기 위해서’
아무리 시류에 어두운 꼰대의 눈높이이지만, 쉬기 위해 집을 놔두고 호텔에 투숙한다니 도무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가족의 온갖 대소사가 부산스럽게 열리던 그 옛날과 달리, 현대의 집은 오로지 편안한 공간, 고단한 삶으로부터 피난하는 휴식처로 쪼그라들고 말았다지만, 젊은 현대인들에겐 한껏 축소된 의미의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일까?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 호텔에 와서야 비로소 쉼을 허락 받을 수 있다니 왠지 슬퍼지려 한다. 더군다나 이런 이들이 하나 둘이 아니라니.
이들을 일컫는 생경한 단어, 이른바 ‘혼텔족’이다.
급기야 이 ‘혼텔’이란 생소한 표현은 혼밥이니 혼술, 혼행과 섞여 당대를 휩쓰는 키워드로 세를 불리고 말았다. 소비 트렌드를 연구하는 한 교수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홀로 여가와 취미 활동을 즐기는 ‘라운징 소비’는 앞으로 더 증가할 예정이란다. 세상은 몰라보게 바뀌었고, 늘어나는 1인 가구가 스스로를 대접하고 위로하기 위해 더 우아한 소비를 하려는 경향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아무튼 지금의 위세를 보면 그 무언가를 ’혼자 즐기려는, 혹은 혼자 즐기게 되는 경향’은 한때의 유행어, 짧게 끝나고 말 일시적 트렌드는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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